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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의과대학생인 제가 직접 공부하여 작성한 글 입니다.

 

 

만약 주변에 의사나 의대생과 정말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면, “의과대학 공부는 어때요? 어렵지는 않아요? 외울거 많다고 하던데..” 라고 물어보면 된다. 자, 이제 앞으로 최소 30분은 상대방의 신세한탄, 내지는 추억팔이를 들으면 된다. 세상에 어떤 일이 쉽겠냐만은, 의과대학생으로 살아가는 것은 굉장히 고달프고 힘든 일이다. 적어도 다른 전공 대학생들과 비교해보았을 때 그렇다.

의대 예과 1~2년 까지는 괜찮은 편이다. 여기서 괜찮다는 말은 다른 전공의 학생들과 비슷한 삶의 수준(QoL: Quality of Life 라는 뜻으로, 의학용어이다.) 을 가진다는 의미이다. 학기 초에는 미팅도 하고, 동아리 활동도 하면서 정말 대학생 같이 살아간다. 꽃놀이도 가고, 학교 잔디밭에서 배달음식도 시켜먹는다. 뭐 이렇게 열심히 놀다가, 학기에 일,이주 정도 시험기간때만 공부를 적당히 한다. 요새 1+5라고 해서, 예과를 1년만 하는 학교가 있다고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학생들은 이 기간을 자신의 인생에 주어진 마지막 자유로운 시간 이라고 생각하고 최대한 논다.

이 때 학생들은 일명 의뽕(..) 이란 것에 차있다. 아직 의사도 아니고, 아무것도 모르면서 다른 대학생들과 다르다는 굳은 신념과 자존심을 가지고 있다. 종종 주변 친척으로부터 “어디어디가 아픈데 뭐가 좋냐?” 라는 질문도 받으면서 의뽕을 더 키워나가기도 한다.

의과대학 과잠. 의뽕의 상징인 동시에, 입시라는 전쟁에서 승리한 예과생들의 전리품이기도 하다.



몇몇 공부를 열심히 하는 학생을 제외하고( 이런 학생들을 보통 의대에서는 옵세라고 부른다. obsessive 에서 변한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펑펑 놀다가 예과 2학년 2학기가 끝났다. 자 이제, 앞으로 이들은 전문의를 따기까지 8년, 남자는 11년을 평생 공부와 일만 하게될 운명이다.

남자는 군의관을 가야 한다.



예과 2학년 2학기가 끝나면 겨울방학이 시작된다. 누가 그러던데, 고3이 되는 겨울방학이 입시에서 가장 중요다고. 의대도 뭐 그런건 아니지만, 예과 2학년 2학기가 중요하긴 하다. 왜냐하면, 이 때 의과대학 농사의 땅고르기? 씨뿌리기? 쯤 되는 골학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들어는 보셨나 골학. 이름을 보면 알다시피, 뼈에 대해 배우는 것이다. 우리 몸에는 206개의 뼈가 있는데, 이거를 일주일 동안 다 외우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참 쉬워보인다. 아니 영어단어 206개도 반나절이면 다 외울 전국 상위 0.1% 브레인들을 두고 일주일 동안 206개의 뼈 이름만 외운다고?

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우선 206개의 뼈 이름은 모두 한글과 영어, 심한 경우에는 한자음까지 알아야 한다. 가령 넙적다리뼈는 영어로는 femur, 한자로는 대퇴골... 이런 식으로 말이다. 우선 여기까지는 쉽다. 왜냐하면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단어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제 시작이다. 뼈에는 각각 부위가 존재한다. 가령, femur의 경우에는 head, Greater trochaner, Trochanteric fossa, linea aspera, medial epicondyle.. 등의 부위가 10개쯤 된다. 그리고 하나의 뼈를 어느 방향에서 바라 보느냐 따라 또 다른 부위가 있고, 각각의 이름이 있다. 그러면 정말 대충 잡아 206*10 = 2060 개의 이름을 외우는 것이다.

femur. 그나마 쉬워보이는 것으로 가져왔다.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뼈의 부위에 이름이 매겨진 이유가 있다. 거기에 근육이 이거나 닿고(근육이 시작되는 부분을 이는곳, 끝나는 곳을 닿는 곳이라고 한다.) 신경이 지나가고, 혈관이 지나가고, 인대가 붙어있고, 다른 뼈와 연결되기 때문이다. 물론 이것은 해부학의 영역이지만, 중요한 것은 골학에서도 배운다.

아직 이거로는 부족하다. 머리 부분의 뼈는 안에 뇌가 있고, 뇌에서 나오는 수많은 신경과 혈관 때문에 무지하게 구멍이 많다. 그리고 그 구멍에서 나오는 신경과 혈관이 한두개가 아니다. 이 구멍의 이름과 근처 부위의 명칭, 구멍에서 나오는 신경과 혈관을 외운다.



이렇게 하면 글쎄, 정확히 개수는 못말하겠지만 무지하게 어려운건 사실이다. 이제 이걸 달달 외우면 된다. 어느 수준으로 외우냐면, 저 무지막지한 이름들을 다 외우고 3~5초 내에 대답할 수준으로 말이다. 공포의 오랄테스트에서 아..음..어... 이렇게 하다간 바로 탈락이다.

아무튼 이런 식으로 열심히 외우면 해부학을 위한 기초(...)인 골학이 끝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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