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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는 수능을 세번을 보고 의대에 왔다. 다니던 학교를 때려치고, 한번도 펴본적 없는 적분과 통계, 기하와 벡터 교과서를 3년을 혼자 붙들고 얼굴을 처박고 공부를 했다. 3년. 말 그대로 정말 3년동안 아무 것도 안하고 공부만 했다. 원래 다니던 학교에서 1년, 그 전에 1년을 또 보냈으니까, 의대에 오기 위해 대충 5년은 낭비 한 것이다.

2. 의대에 와서는 다행히 장학금을 받을 수 있었다. 입학성적이 괜찮았는지, 전액 장학금이 나왔다. 학기 평균 3.5만 유지하면, 계속 장학금을 받을 수 있는 것이었다. 3.5가 그다지 어렵지 않을 줄 알았다. 아무리 의대라서, 교수님들이 학점을 꽉 채워서 주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3.5 정도야..

3.5 정도야... 했는데, 이번 학기에 처음으로 장학금을 받지 못했다. 

3. 나는 의대생으로서, 장학금을 받고 다닌다는 것이 의대에서 어떤 것을 내포하는지 잘 안다. 유급을 당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도 잘 안다. 또, 의대에서 로얄이라는 존재가 무엇인지도 잘 안다. 가장 원초적인 것으로서, 의대에 온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안다. 의대에서 SCI급 논문이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도 안다. 그리고 고등학교 2학년이 SCI급 논문에 1저자를 단다는 것이 얼마나 현실적으로 불가능한지도 뼈저리게 안다.

4. 교수들도 SCI급 논문을 쓰려면 개고생을 한다. 학부생들도 피같은 방학 두어번은 보내야 간신히 논문을 쓸 수 있을 것이다. 고작 고등학생이 두달동안 연구실에 출석해서 1저자급의 공헌을 할 수 있다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어처피 교수는 1저자나 교신저자나 자신의 커리어에는 어처피 상관 없으니까, 자기 이름은 교신저자에 올리고 연구실에서 고생한 고등학생을 1저자를 준 것일 것이다. 

그 사람이 장학금을 받는 것은 당연히 '법적'으로 문제가 없을 것이다. "유급을 당할 위기를 벗어난 학생을 위한" 장학금 의 존재가 너무 신기할 따름이다. 학점 평점 1점대라면, 정말 아무런 공부도 안한 것이다. 교과서는 고사하고, 출석도 제대로 안했을 것이다. 강의록은 아마 핀 흔적도 없을 것이고, 족보의 존재는 알까?

법적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다.

'법적 으로는'. 근데, 여태까지 현 사태의 당사자는 항상 '법적인 기준'위에 '윤리적 기준'으로 상대방을 비판해 왔고, 자신들은 '법적'으로나, '윤리적으로나' 깨끗한 집단임을 자부해왔다. 

위선적이다. 더럽다. 내로남불이라는 말이 따로 없다. 한번도 경험해본 적 없는 국가를 만들어보겠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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